빠듯하게 시간 쪼개어 집에 돌아가 샤워를 하고 나온 것까지는 좋았는데,
어찌 우산 챙길 생각을 못했단 말인가.
매일매일 날씨를 체크하던 옛버릇은 어딜가고.
어제밤에는 신촌 길을 걸었는데
처음엔 차소리에, 나중엔 사람소리 가게 소리에 머리가 산조각나는 것 같았다.
그 와중에도 대화는 했으며 유쾌했지만,
이런 곳에 어찌 살까 싶어진다.
서울을 떠날 때가 되긴 했나보다.
한 동안 이곳에 아무 글도 쓸 수 없었던 것은
혹시나-
소통이라는 것이-
가능하지는 않은가-
생각없이도-
웃고 일을 벌리고 보고 듣고 말하고,
바로, 살 수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에 조금은 그렇게 살았다.
그렇지만
지금은 몇 주간 들뜨고 자신감 있고, 또 이상하게도 허둥대던 상태에서
다시 차분하고 살짝 우울하고 허무한 듯한 친숙한 상태로 돌아왔다.
열심히 했다. 분명히 그렇다.
그래도 넘을 수 없는 벽과, 내 놓을 수 없는 부끄러움과, 이야기할 수 없는 것들과 집중할 수 없을 때는 있다.
실망했단 사실은 그리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단계를 넘긴 했다.
여긴 새로운 세상.
조심스럽게, 커튼을 치고
미친 듯이 파고들 수 있는 곳.
그렇게 할 수 있는 방법을 배웠던 시간.